고성 통일전망대와 평화의 길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주차장의 정돈된 나무들 사이로 계단을 오르니 오래된 흰색의 통일전망대 건물과 새로 지은 전망타워가 보인다. 예전엔 전망대만 있었는데 번쩍거리는 전망타워가 눈길을 잡는다. 

 


 

엘리베이터로 전망대에 오르니 금강산 봉우리와 바다의 만물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다. 동해와 그림처럼 어우러진 금강산 능선들을 보니 정말로 가보고 싶어진다. 이런 감상을 난도질하는 비무장 지대와 휴전선 철책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부모님 고향이 이북인 탓에 더 그런 탓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도 보인다는데 운이 없다. 
오래전에 왔던 추억을 소환하며 통일전망대에 들어갔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설명을 듣던 옛날이 떠오른다. 뭉클했던 북녘 땅의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오니 평화안보공원이 펼쳐진다. 미륵불과 성모마리아상이 사이좋게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는 불상은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다. 다 품어줄 테니 어서 오라는 듯…. 

바닷가 쪽으로 작은 철문이 잠긴 채 있는데 ‘평화의 길’로 가는 출입문이다. 남북 정상의 합의에 따라 66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인에 개방됐다.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도보로 이동해 금강산 전망대까지 가는 A코스와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왕복 이동하는 B코스가 있다. 

하지만 A코스는 20명, B코스는 80명씩 하루 두 차례만 운영하며,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추첨을 한다. 
금강산 전망대에서는 금강산 주봉 능선은 물론,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으로 알려진 감호 호수와 부처바위 등을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는 DMZ박물관이 있다. 2층으로 꾸며졌지만 한산하다. DMZ와 분단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탈북민이 타고 왔다는 배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든 전시물이 맘이 계속 불편하게 한다.

전쟁을 직접 겪은 부모님 세대는 아마 나보다 더 먹먹해질 것 같다. 그나마 독일에서 가져온 베를린 장벽 기념물이 희망을 주는 것 같아 통일에 대한 기대를 품고 밖으로 나왔다. 

야외에는 북을 향해 사용했던 거대한 확성기와 DMZ의 철책 등이 설치돼 있다. 철책에 걸려 있는 학생들의 그림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생태연못과 야생화 동산, 사랑의 하트가 있는 포토존 등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화진포 호수는 해당화가 만발하는 곳이다. 72만 평에 달하는 호수가 동해와 붙어 있고, 주변엔 금강송이 울창하다. 바다였던 곳이 지형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 호수라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고,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도 같이 산다. 

 

자연이 부린 이 마법은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다. 화진포 호수는 8자 모양을 하고 있어 각각 남호와 북호로 불린다. 북호 주변엔 해수욕장을 비롯해 옛 유명인들의 별장과 전시관 등이 있고, 남호 주변엔 100년 넘는 금강송으로 빽빽한 산책로가 호수 둘레를 따라 10km쯤 이어져 있다. 겨울에는 고니와 청둥오리 등 철새가 날아와 일대가 장관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김일성 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돌로 만들어 유럽풍이 강한 이국적인 성이다.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성 입구 앞에서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파이어처럼 푸르게 빛나는 바다와 화진포 해변이 탄성을 부른다.

내부의 일부 공간은 김일성이 별장으로 활용했던 당시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2층 창문에서 내다보는 아름다운 동해안은 내부의 운치 있는 분위기와 더해져 금세 나를 매료시킨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 옥상에선 끝없이 펼쳐진 화진포 해변과 호수, 동해안의 지평선까지 이곳의 절경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 마디로 참 멋지다. 근처엔 이승만 대통령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화진포기념관과 이기붕 부통령의 부인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이기붕 별장도 있다. 

24개의 해변을 품고 있는 강원도 고성은 금강산과 백두대간을 볼 수 있고, 누구나 뛰놀기 좋은 고른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가 있다. 이곳에선 누구나 만족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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