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먹고 하룻밤 자고 네가지 매력…원주 ‘원주율 여행’

 

  • 추어탕·황둔찐빵·송이+표고=송고버섯 ‘별미’
    오키드호텔·오크밸리 리조트 등 쉼터서 ‘일박’
    100m높이 ‘소금산 출렁다리’ 세계적테마파크 도약
    5300평 절벽, 미디어파사드 스크린으로…감탄 절로
    철학·미학 가득 ‘뮤지엄SAN’ 삼성 예술나눔 투영
    간현~판대역 철길 마법열차·레일바이크도 재미

 





 

원주율은 3.14, 원주여행의 계율이다. 원주에서 음식 세가지(3)를 흡입하고 하룻밤(1)을 자며, 네 가지(4) 매력을 만나는 것이다. 원주에 멋, 맛, 쉼 거리가 많아, 원주율의 구성 인자는 첫 방문, 재방문 때 마다 바뀐다. 

 

▶원주율 구성 조합, 올 때마다 달라진다=원주 추어탕, 황둔찐빵, 만두처럼 생긴 원주식 탕수육, 송이가 표고와 잘못된 만남을 가진 송고버섯이 구미를 돋우고, 오키드호텔, 오크밸리 리조트 등 번듯한 쉼터가 편안함을 선사하는 가운데, 단풍 드리운 동쪽 치악산 구룡연과 꽃밭머리길, 서쪽 간현관광지 청정생태에서, 철학 있는 미술관 뮤지엄산, 박경리 문학 공원, 매마수(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예술 행사에 이르기까지 ‘원주율’ 여행법을 충족시킬 3.14 경우의 수 조합은 참 많다.

 

혁신도시라 해서 자연, 인정과 멀어질 수 없는 강원DNA의 원천이 바로 원주다. 조선의 도청이 있던 이곳은 도시화가 진전되어도 ‘강원다움’을 지킨다. 심지어 폐철도 원주역∼반곡역 9㎞ 구간에 메타세콰이어, 미루나무로 ‘치악산 바람길 숲’을 만들어 금강송 군락지의 보약 같은 공기를 시내로 운반하는 프로젝트까지 정책적으로 진행중이다. 5300평 간현 협곡 절벽을 영상스크린으로 만드는 담대함도 지닌다.

 

건강한 자연은 원주의 두툼하고 담대한 예술로 이어진다. 뮤지엄 SAN(Space, Art, Nature)은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사람-예술 간 콜라보를 도모한 7만㎡짜리 캔버스다.

 

하나를 보면 벽이 나오고 둘을 보면 또 벽이 있다. 벽을 지나 짠 하고 멋진 작품으로 사람을 놀래키기를 반복한다. 목익상 해설사는 이를 두고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첨단화, 선진국 진입이라는 큰 족적을 남기고 최근 작고한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원주에 제지공장을 만들고, 딸 이인희씨(작고)가 종이 문화의 진면목과 역사를 국민과 나누려고 정원형 전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SAN 설립이 구체화했다. 뮤지엄 초입에 백송을 심은 것은 흰 종이 이미지와 부합하고, 종이대용품(껍질)으로 사용했던 자작나무 산책길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원주인인 분홍색 패랭이가 강인하게 피어나는 플라워가든엔, 바람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키넥틱아트 거대 강철조각품(10X15X15m)이 새가 날개 펴고 비상하는 모습으로 서 있다.

 

▶‘소통을 위한 단절’=또 하나의 벽을 지나자 물이 장판같이 채워진 워터가든이 나온다. 그안엔 꽃, 단풍, 하늘이 다 있다. 거울이다. 머리·허리 숙여 나도 그 거울 속에 담아본다. 워터가든을 가로지르는 길 중앙의 붉은 색 게이트 ‘아치웨이’는 뮤지엄 산의 첫번째 인생샷 포인트이다.

 

야외테라스의 계단식 물정원에선 배우 공유가 커피 CF를 찍었던 곳이다. 다랭이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물정원인데, 공유의 글로벌 인기가 커지면서 동남아 여행자들의 한국 방문, SAN 탐방 러시를 촉발시켰다고 한다. 두번째 인생샷 포인트.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종이 대용품으로 쓰이던 파피루스 온실 지나면 만나는 페이퍼갤러리에는 종이로 만든 호랑이 모양의 베개, 꽃가마 안에 두는 지승 요강, 근세 선비의 갓이 눈길을 끈다. 종이의 전지전능함을 보는 순간이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호국 대장경으로 찍어낸 목판본 국보 277호(초조본 대방광불 화엄경 주본 권36)도 있다. 수행과 정진을 위해 관찰해야 할 10가지를 담고 있다. 관찰은 지혜와 실천의 어머니이다.

 

종이와 잉크를 소재로 한 체험 ‘바람’은 빛이 전해준 지혜의 글자를 흰 종이에 받아 대형 화상에 전함으로써 모두가 보게 하는 과정인데, 참 신기하다. 첨단과학도 예술의 도구다.

 

성황당 모양으로 미디어 탑을 만들어 소통을 강조한 작품 백남준의 커뮤니케이션 타워를 지나, 다시 밖으로 나오면 경주 신라 고분에서 영감 얻은 9개의 스톤 마운드가 나온다. 이 스톤가든에는 중고교 미술책에 나오는 헨리무어의 ‘누워있는 인체’, 현대조각의 새 지평을 연 베르나르 브네 작 ‘부정형의 선’ 등 걸작이 배치돼 있다. 제3의 촬영명당이다.

 

제임스 터렐의 명상과 사색의 공간에서는 별도의 요금을 내면, 다양한 어둠과 빛의 조절, 착시 설치물을 통해 본질과 내면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뮤지엄 구경이 아니라, 백팔번뇌 후 마음방역한 느낌이다.

 

▶소금산 출렁다리 뉴노멀 변신=‘못 가본 국민은 간첩’이라는 말을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는 경기도를 빠져나와 강원도로 진입하자마자 만나는 섬강의 수면을 기준으로 100m 높이 절벽 사이에 200m 길이로 놓여있다.

 

올들어 발길이 주춤한 사이, 또 변했다. 들어오는 길, 나가는 길을 따로 두어 ‘거리두기’가 편해졌다. 친구와 가족이 출렁다리 건너는 모습을 다리 밖에서 가로앵글에 담을 수 있도록 산쪽에 데크 전망대를 여러 개 만들었다. 출렁다리 끝 지점은 어느새 일출촬영 명소라는 새 명성을 얻었다.

 

다리로 연결된 두개의 거대 절벽은 몇 주 후엔 동양 최대급 미디어파사드 스크린이 된다. 스크린의 크기는 높이 70m, 너비 250m, 5300평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릴 목동야구경기장의 1.1배, 대화면이다.

 

한 때 바다였던 이곳의 지질 역사, 꽃과 산하가 어우러진 파란만장한 콘텐츠가 이 거대한 벽 스크린을 통해 구현한다. 최근 몇 차례 시연회를 갖고 보완점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 연말 또는 내년초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보여준다.

 

강수욕장 넓은 백사장과 협곡 좌우의 기암괴석을 가진 간현관광지는 출렁다리를 계기로 진면목을 알리더니, 머지않아 세계적인 복합생태문화관광지로 도약한다.

 

▶좌 치악산, 우 간현 복합힐링의 메카=2022년까지 음악분수, 인공폭포, 출렁다리 가는 곤돌라, 하늘정원, 데크산책로, 404 철계단, 중국 장가계형 잔도, 전망대, 보행현수교, 에스컬레이트가 만들어진다. 건축사 출신 원창묵 시장이 세부 청사진 짜는일을 주도했다.​ 

 

간현역-판대역 사이 20리 철길은 갈때 관광열차, 올때 레일바이크를 탄다. 청록의 강물과 붉은 단풍, 근육질 절벽과 강수욕장의 4색 정취를 느리게 감상할 수 있다. 열차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는 객차의 색감과 비슷한데, 창문 없이 뻥 뚫린 마차 컨셉트라 흥미롭다.

서쪽 간현에도, 동쪽 치악산에도 원주의 청정생태는 빛난다. 치악산 단풍을 지난 햇살이 구룡연 수면위에 반짝이는 모습은 동북쪽 중심 트레킹길인 금강송길 인근에서 만난다. 최근 호젓하면서도 아름다운 동남쪽 치악산 둘레길 제1코스 꽃밭머리길이 맨발 황토걷기, 소나무숲 향기, 골짜기 비경으로 새롭게 주목받는다.

 

“허, 이 양반 강원도 사람 다 됐네.” 수도권에 살다 원주 혁신과 함께 이주해온 사람들이 점점 순박해지고 있다는 촌평을 듣는 것은 아마도, 자족감을 키우는 원주의 자연생태, 문화예술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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