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네팔’ 정선 덕산기 계곡…강기희·유진아 부부의 촌집 보실래요?

집을 고치는 재미부터 어렸을 적 추억까지. 그들이 촌집에 빠진 각기 다른 매력은?

 

 



본의 아니게, 집안에 갇혀 사는 것이 미덕이자 일상이 된 시대. 위 아래 사는 이웃들과의 다툼이 두려워, 가벼운 뜀뛰기조차 할 수 없는 성냥갑 집에 살던 이들이 버려진 촌집으로 찾아들고 있다.

촌집 하나 얻어두고 뚝딱 뚝딱 고치는 재미에 푹 빠진 젊은이들부터, 추억 가득한 할아버지의 집을 꾸며 귀촌하는 가족에, 촌집에서 영감을 얻는 예술가까지. 사연과 이유는 달라도 지극한 촌집 사랑의 그 마음만은 한결같은 사람들. 

그들에게 촌집은 어떤 의미일까? 도시의 번듯한 집 대신 세월 품은 촌집에 빠져들어 끝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을 창문 속 액자로 걸어두는 호사를 누리는 이들을 찾아 떠나는 대한민국 촌집 기행. <한국기행> ‘아이러브 촌집’에서 만나보자.


EBS 1TV <한국기행> ‘아이러브 촌집’ 3부에서는 ‘덕산기에 오시려거든’ 편이 방송된다.


한국의 네팔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정선의 덕산기 계곡, 이곳 숲속 오지마을 촌집엔 4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강기희 씨와 아내 유진아 씨가 산다.

 

 



그 촌집 만나러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끊긴 길 앞을 막아선 것은 계곡의 물길. 이 물길을 자그마치 세 개를 건너야 그들의 촌집을 만날 수 있다는데.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누군지 모를 이가 남겨놓은 이정표. “아메리칸 인디언은 발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본다고 합니다.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우리도 잠시….”


선문답 같은 화두에 생각의 끈을 쫓다 보면, 어느새 계곡 끝에 촌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60년 전 새로 지었다는 촌집의 주인은 소설가 강기희 씨와 동화작가 유진아 씨 부부. 그런데 툇마루 촌집 구경시켜주자마자 기희 씨가 향하는 곳은 폐목재가 한가득 쌓인 숲속의 공방이다.

푯말이 없으면 영락없이 시골 간이 화장실로 착각할만한 이곳은 기희 씨가 숲속에서 길 잃은 나그네들을 위한 이정표를 만드는 곳이다. 이정표의 재료는 100년도 더 된 집들을 허물 때 나온 고재들이다.


멀쩡히 살아남은 고재 위에 오늘 쓰이는 문구는 “나는 살아있다, 그러하나 훌륭하다.” 삶의 길을 잃고 이 오지 계곡을 찾았을 나그네들에게 건네는 그만의 위로다.

그리 찾아온 나그네들이 헛걸음하고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디딜방앗간 자리에 만든 숲속 책방이다. 책방엔 그가 소장했던 오랜 책부터 요즘 신간까지 만여 권의 책들이 책 냄새 솔솔 풍기며 객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간간히 기희 씨와 진아 씨의 책을 고르면 저자 사인을 받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이정표 만들기부터 책손님 맞이까지. 오지에서도 손발 부지런히 놀리던 기희 씨가 여름 피서를 맞아 그만의 아지트인 도깨비 소를 찾았다. 도깨비 소는 오랜 옛날 계곡이 쩍 갈라지며 도깨비들이 쏟아져 나와 붙여진 이름.

그 길 한가운데서 만난 이는 동네에서 도깨비불을 봤다는 도깨비 삼촌 재범 씨다. 재범 씨와 산중 비밀계곡을 찾아가는 길. 물이끼마저 자릴 할 틈을 주지 않는 청정계곡의 얼음장 같은 폭포 아래 서면, 한여름 무더위도 종이호랑이가 된다.

산이 훤히 보이는 마당에서 먹는 한 끼 식사가 오지 촌집 사는 특권이라는 부부. 덕산기에 가면 오래된 집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숨은 비경을 찾아 떠나는 공간 여행이자 역사와 풍습, 건축,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전달하는 아름다운 시간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EBS ‘한국기행’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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